여성의 사계
출산 후 자꾸 눈물이 난다면? 산후우울감과 산후우울증의 차이|교대역 나음누리한의원 서초본원
“아기를 낳으면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날까요?”
난임치료를 받으시고 힘겹게 예쁜 딸아이를 출산하신 산모께서 며칠전 산후 한약을 처방받기 위해 내원하셨다가 이런 말씀을 조심스럽게 꺼내셨습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아기는 너무 예쁘고 건강한데 마음은 자꾸 가라앉고, 별일 아닌데도 서럽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니 몸은 늘 지쳐 있고, 수유와 육아가 반복되면서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아이 낳고 나면 다 그렇다”고 말하면 자신의 마음이 약해서 그런가 싶어 더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출산 후 우울감이 오래 이어진다면 무조건 참고 넘길 일은 아닙니다.
▌출산 후 우울감이 모두 산후우울증은 아닙니다
출산 후 며칠 사이 눈물이 많아지고 예민해지거나 불안해지는 상태를 흔히 ‘산후우울감’ 또는 ‘베이비 블루스’라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호르몬 변화, 수면 부족, 출산으로 인한 피로, 육아에 대한 부담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개 출산 후 며칠 안에 시작되고,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쉬면 1~2주 안에 조금씩 나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울감이나 불안이 2주 이상 계속되거나 오히려 심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좋아했던 일에도 아무런 흥미가 없고, 식사와 수면이 크게 흐트러지며,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기를 돌보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는 정도를 넘어 일상생활 자체를 유지하기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산후우울증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후우울증은 의지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엄마로서의 자격이 부족하다는 뜻도 아닙니다.
출산 전후의 신체 변화와 피로, 과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의 경험, 가족의 도움 부족, 육아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혼자 견디지 마세요
다음과 같은 변화가 2주 이상 이어진다면 전문 한의사를 비롯해 의료진과 상담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거의 매일 우울하거나 불안하다.
이유 없이 눈물이 자주 난다.
쉬어도 피로와 무기력이 나아지지 않는다.
잠을 잘 기회가 있어도 잠들기 어렵다.
식욕이 크게 줄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먹는다.
아기에게 애착을 느끼기 어렵고 죄책감이 든다.
자신은 좋은 엄마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반복된다.
평소 하던 일이나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특히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자신 또는 아기를 해칠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면 혼자 있지 말아야 합니다. 환청이나 망상, 심한 혼란이 나타나는 경우도 가까운 한의원 뿐 아니라 즉시 응급 의료기관이나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산후 몸을 회복시키는 문제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중요한 안전 문제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산후의 몸 상태를 함께 살핍니다
한의학에서는 출산 후에는 임신과 분만 과정에서 체력과 기혈이 많이 소모된 상태라고 봅니다.
실제로 산후우울감을 호소하는 분들을 진료해보면 우울감만 단독으로 나타나기보다 잠을 깊이 자지 못하고, 식욕이 떨어지며,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거나 몸이 유난히 차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의학적 진료에서는 단순히 기분만 묻지 않습니다.
출산 방식과 출혈 정도, 수면 상태, 식욕과 소화, 모유 수유 여부, 통증, 냉증, 두근거림, 불안감 등을 함께 살펴봅니다. 현재 복용 중인 약과 산부인과 진료 내용도 확인해야 합니다.
상태에 따라 한약이나 침 치료를 전신 피로, 수면, 식욕, 긴장감 등 산후에 함께 나타나는 불편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산후우울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한의치료 뿐 아니라 증상의 정도에 따라 정신건강의학적 평가와 상담치료,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수유 중이라면 복용중인 모든 약은 진료받는 한의사 및 의료진에게 알리고, 산모와 아기의 상태를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산모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만 더 참는 것”이 아닙니다
산후에는 아기에게 모든 관심이 쏠리기 쉽습니다. 정작 산모의 식사와 수면, 통증, 감정 상태는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산모가 제대로 먹고 잘 수 있도록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 혼자 육아를 감당하지 않도록 가족이 역할을 나누는 것, 힘들다는 말을 했을 때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도 치료 과정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는 산모에게 “왜 이렇게 약해졌을까”라고 자책하지 말라고 말씀드립니다.
출산은 몸과 마음 모두에 큰 변화를 주는 일입니다. 회복에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하며 무조건 참는 것과, 필요한 도움을 받으며 회복을 기다리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출산 후 우울감과 함께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하거나, 식욕 저하와 극심한 피로, 냉증, 두근거림 같은 증상이 이어진다면 현재 몸 상태를 함께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처음 상담할 때에는 출산일과 출산 방법, 현재 수유 여부, 복용 중인 약, 산부인과 진료 내용, 최근 수면과 식사 상태를 알려주시면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산후우울증이 의심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참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상태를 가족과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글·진료 | 서정욱 한의사
강남 교대역 나음누리한의원 서초본원 대표원장 (산후풍,산후보약,산후조리,여성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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