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계
자궁내막이 얇으면 착상이 어려울까요? 시험관 시술 전 확인할 것들
“이번에도 내막이 얇아서 걱정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난임으로 치료를 받고 계신 30대 후반 환자께서 최근 저와 상담중 하신 말씀입니다. 시험관 시술을 두 차례 진행하는 동안 배아이식을 준비할 때마다 자궁내막이 충분히 두꺼워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내막이 잘 안 자라면 어떡하죠?”
다음 시술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까 걱정되어 이번에는 몸을 조금 더 준비해보고 싶다며 내원하셨습니다.
자궁내막이 얇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몇 mm인지부터 신경 쓰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분들에게 내막 두께라는 숫자 하나만 보고 너무 낙담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착상은 자궁내막 두께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궁내막, 몇 mm면 괜찮은 걸까요?
시험관 시술을 해보신 분이라면 배아이식을 준비하면서 자궁내막 두께를 여러 번 측정해 보셨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자궁내막이 너무 얇은 경우 임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 배아이식 전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합니다. 흔히 7~8mm 정도가 이야기되지만, 이 숫자가 임신과 비임신을 나누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내막이 그보다 얇아도 임신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내막 두께가 충분해도 착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성의 연령과 배아의 상태, 자궁내막의 수용성, 자궁의 구조적인 문제 등 여러 요소가 함께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자궁내막 두께는 중요하지만, 착상 가능성을 결정하는 전부는 아닙니다.
그래서 내막이 얇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었다면 “어떻게 하면 1~2mm를 더 두껍게 만들 수 있을까?”만 생각하기보다 한 가지 질문을 더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내 몸에서는 내막이 충분히 잘 자라지 않는 걸까?”
▌내막이 얇다면, 숫자보다 몸의 상태를 함께 봅니다
한의학에서는 자궁내막이 얇다는 검사 결과만을 따로 떼어놓고 보지 않습니다. 생리주기와 생리량은 어떤지, 손발이나 아랫배가 차지는 않은지, 쉽게 피로하지는 않은지, 수면과 소화 상태는 괜찮은지 등을 함께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내막이 얇으면서 생리량도 적고 쉽게 피로한 분과, 내막이 얇으면서 손발과 아랫배가 유난히 차고 생리통까지 심한 분은 같은 상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혈허(血虛), 신허(腎虛), 어혈(瘀血), 한증(寒證) 등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각자에게 필요한 치료 방향을 정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막이라는 결과만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막이 건강하게 준비될 수 있도록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나음누리한의원 서초본원에서는 무엇을 확인할까요?
우선 지금까지 진행했던 시험관 시술 과정을 자세히 확인합니다. 배아이식 당시 내막 두께는 어느 정도였는지, 약을 사용했을 때 내막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최근 생리량이나 주기에 변화가 있었는지도 살펴봅니다.
AMH와 호르몬 검사 결과,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 유착 등 기존에 확인된 문제가 있다면 그 자료도 함께 참고합니다. 특히 반복적으로 내막이 얇았다면 산부인과에서 확인해야 할 구조적·의학적 원인이 없는지도 중요합니다.
그 위에서 맥진·설진·복진 등의 한의학적 진찰을 통해 현재 몸의 상태를 살펴봅니다.
필요한 경우 자율신경검사를 통해 스트레스와 관련된 자율신경계 반응을 참고하고, 적외선 체열검사를 통해 손발과 하복부를 비롯한 신체 표면의 체열 분포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검사는 자궁내막의 두께나 착상 가능성을 직접 측정하는 검사가 아닙니다.
기존 검사 결과와 현재의 증상, 한의학적 진찰을 함께 보면서 지금 내 몸에서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보조자료로 활용합니다.
▌아랫배가 차다면 쑥뜸치료도 함께 활용합니다
“원장님, 저는 손발도 차지만 배가 정말 차가워요.”
자궁내막이 얇아 고민하는 분들을 진료하다 보면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생리량이 적으면서 손발과 아랫배 냉감을 함께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냉증을 임신을 준비할 때 함께 살펴야 할 몸의 상태 중 하나로 봅니다.
본원에서는 이런 분들에게 상태에 따라 하복부 쑥뜸치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쑥뜸은 쑥이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따뜻한 온열 자극을 하복부와 경혈에 전달하는 전통적인 한의치료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혈의 순환을 돕는 온경산한(溫經散寒)의 목적으로 오래전부터 활용해 왔습니다.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차가운 하복부를 따뜻하게 하고 골반 주변의 원활한 혈액순환을 도와 자궁내막이 건강하게 회복될 수 있는 몸의 환경을 만드는 것을 치료 목표로 삼습니다.
▌한약·침·쑥뜸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20여년간 난임 진료를 하다 보니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한약을 먹으면 내막이 두꺼워질까요?”
“침이나 뜸은 얼마나 받아야 하나요?”
당연히 궁금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떤 치료를 몇 번 받느냐에 앞서 ‘무엇을 회복하기 위해 이 치료를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드립니다.
내막이 얇다고 모든 분에게 똑같은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리량이 부족하고 쉽게 지치는 분, 아랫배가 차고 순환이 좋지 않은 분, 오랜 시술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는 분은 각각 필요한 치료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상태에 맞춰 한약을 처방하고 침과 쑥뜸치료 등을 활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치료의 목적은 내막 두께라는 숫자를 바꾸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부족하거나 흐트러진 몸의 상태를 바로잡아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 그리고 우리 몸이 스스로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고 유지하려는 자연치유력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더 큰 치료 목표입니다. 그렇게 몸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자궁과 자궁내막 역시 배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보다 건강한 환경을 준비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난임 환자를 진료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치료의 방향입니다.
다음 이식까지, 생활에서도 회복할 시간을 주세요
치료를 받는 시간만큼 일상에서 몸이 회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손발과 아랫배를 지나치게 차게 두지 않기
규칙적인 수면시간 확보하기
무리한 다이어트나 지나친 식사 제한 피하기
가벼운 걷기 등 꾸준히 움직이기
과로가 반복되지 않도록 충분히 쉬기
특별한 비법이라기보다는 우리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만들어주는 생활습관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시험관 시술을 반복하다 보면 다음 채취와 다음 이식 일정에 마음이 쫓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다음 시술까지의 시간도 몸을 회복하고 다시 준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다음 이식을 기다리기보다, 몸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20년 넘게 난임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검사 결과가 좋지 않을수록 그 숫자 하나만 붙잡기보다 왜 이런 결과가 반복되고 있는지를 몸 전체에서 다시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자궁내막이 얇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었다면 내막 몇 mm라는 숫자만 바라보지 말고 생리와 냉증, 피로, 수면, 스트레스 등 지금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도 함께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개인의 상태에 맞는 한약과 침, 쑥뜸치료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의 회복을 돕고 다음 임신을 준비합니다.
치료의 목적은 숫자를 바꾸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몸의 균형을 회복하고 자연치유력을 되찾아, 임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몸의 환경을 함께 준비하는 것. 이것이 다음 시험관 시술을 앞두고 한의학적으로 몸을 준비하는 이유입니다.
다음 배아이식을 기다리고 계신다면 그 시간을 단순한 기다림으로만 보내지 마세요.
내 몸을 다시 살펴보고, 회복하고, 다음 임신을 준비하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글·진료 | 서정욱 한의사
강남 교대역 나음누리한의원 서초본원 대표원장 (난임, 임신준비, 시험관준비, 여성질환)
참고자료
여성 난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자궁내막 두께와 보조생식술 임신 결과 관련 국내외 연구자료
충청남도 난임부부 한방치료 지원사업 관련 자료
안내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내용입니다. 자궁내막의 상태와 난임의 원인은 개인마다 다르며, 구체적인 진단과 치료 방향은 의료진과 상담하여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 같이 보시면 좋은 글
● 진심을 담은 치유, 나음누리한의원 서초본원 서정욱 대표원장을 소개합니다.
●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나음을 누리는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