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계
질염이 자꾸 재발한다면? “치료할 때는 좋아지는데 또 생겨요”
반복되는 냉·가려움이 있다고 해서 매번 같은 질염이 재발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치료할 때는 분명 좋아지는데 두어 달만 지나면 또 똑같아요.
얼마 전 진료실에서 서른 초반의 한 환자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치료할 때는 분명 좋아지는데 두어 달만 지나면 또 똑같아요.”
냉과 가려움 때문에 그동안 여러 차례 산부인과 치료를 받으셨다고 했습니다.
약을 쓰면 한동안 괜찮아지는데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분비물이 늘고 가려움이 생기니,
“왜 저만 질염이 계속 재발하는 걸까요?”
라는 것이 가장 궁금한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만성질염이나 질염 재발 때문에 진료실을 찾는 분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럴 때 저는 먼저 한 가지를 확인합니다.
정말 같은 질염이 계속 재발하고 있는 걸까요?
같은 증상이 반복돼도 같은 질염은 아닐 수 있습니다
질염은 하나의 질환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균성 질염, 외음질 칸디다증, 트리코모나스 질염 등 원인에 따라 종류가 다르고 치료 방법도 달라집니다.
또 냉이 많아지거나 가렵고 따가운 증상이 있다고 해서 항상 감염성 질염인 것도 아닙니다.
외음부 피부질환이나 자극성·알레르기성 반응 등에서도 비슷한 불편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에 질염이었으니까 이번에도 똑같은 질염이겠지”라고 생각해 같은 치료만 반복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비물의 색이나 냄새가 달라졌는지, 가려움과 통증이 어느 부위에 나타나는지, 성관계 후 또는 생리 전후로 증상이 달라지는지 등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료했는데 왜 또 불편해지는 걸까요?
이 질문에 하나의 원인으로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감염이 다시 발생한 것일 수도 있고, 이전과 다른 종류의 질염이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치료 후 증상은 좋아졌지만 질 내부를 자주 세정하거나 향이 강한 여성청결제 등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습관이 자극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반복되는 증상에서는 단순히 약을 다시 사용하는 것보다 현재 증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특히 분비물의 양이나 냄새가 갑자기 크게 변하거나 출혈, 발열, 심한 골반통 등이 동반된다면 우선 응급의학과나 산부인과에서 정확한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는 무엇을 더 살펴볼까요?
한의학에서는 반복되는 냉과 대하 증상을 전통적으로 대하병(帶下病)의 범주에서 살펴왔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균이 있느냐 없느냐’를 한의학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분비물의 색과 양, 냄새 같은 현재 증상뿐 아니라 월경 상태와 생리통, 냉증, 소화, 대소변, 피로, 수면, 스트레스 등 함께 나타나는 몸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습열(濕熱), 비허(脾虛), 신허(腎虛) 등으로 구분하여 개인의 상태를 판단합니다.
같은 ‘질염이 자꾸 재발한다’는 고민으로 내원했더라도 모든 분에게 똑같은 한의학적 상태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질염이라는 병명 하나보다 “이 환자에게 왜 이런 불편이 반복되고 있는가”를 함께 살펴보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검사에서는 무엇을 확인하나요?
강남 교대역에 위치한 나음누리한의원 서초본원에서는 먼저 증상이 시작된 시점과 이전 검사 및 치료 과정, 월경과 생활 상태 등을 자세히 확인합니다.
한의학적으로는 맥진·설진·복진·망진 등을 통해 현재의 몸 상태를 살펴봅니다.
필요한 경우 자율신경검사와 적외선 체열검사(DITI)도 참고자료로 활용합니다.
자율신경검사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자율신경계 반응을 살펴보고, 체열검사는 신체 표면의 체열 분포를 확인하는 데 활용합니다.
두 검사 모두 질염이나 면역력을 진단하는 검사는 아닙니다.
질염의 원인균을 확인하는 검사도 아니며, 반복되는 불편과 함께 나타나는 전반적인 몸 상태를 여러 각도에서 이해하기 위한 보조자료입니다.
평소에는 이것부터 바꿔보세요
반복되는 질염 때문에 걱정되신다면 생활 속에서는 무엇보다 질과 외음부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 내부를 반복해서 세정하지 않기
향이 강한 여성청결제나 자극적인 제품의 과도한 사용 피하기
통풍이 잘되는 속옷과 너무 꽉 끼지 않는 옷 선택하기
운동이나 물놀이 후 젖은 옷을 오래 입고 있지 않기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 유지하기
냉증이 심한 분이라면 몸을 지나치게 차게 하지 않는 정도의 생활관리도 함께 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생활관리만으로 모든 질염의 재발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증상이 반복된다면 생활습관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원인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번에도 또 질염이겠지”라고 넘기지 마세요
반복되는 질염에서는 먼저 원인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았는데도 냉이나 가려움, 따가움 같은 불편이 계속 반복된다면 매번 같은 질염인지, 다른 원인이나 자극 요인은 없는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의학적 진료는 이러한 의학적 평가를 대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위에서 월경과 냉증, 소화, 피로, 수면, 스트레스 등 반복되는 불편과 함께 나타나는 몸의 상태를 살펴 개인에게 맞는 진료 방향을 정하게 됩니다.
20여 년 동안 여성질환을 진료하면서 느낀 것은 같은 질환명을 가진 환자라도 실제로 호소하는 불편과 몸 상태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증상이 반복될수록 ‘이번에도 또 질염이겠지’라고 넘기기보다 무엇이 반복되고 있는지부터 차분히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복되는 증상에는 반복되는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제대로 구분하고 현재 내 몸의 상태를 이해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글·진료 | 서정욱 한의사
강남 교대역 나음누리한의원 서초본원 대표원장 (만성질염, 만성방광염, 여성질환)
참고자료
서울대학교병원 건강정보, 세균성 질염(Bacterial Vaginosis) 관련 자료
국내 한의부인과 학술자료, 대하병 및 반복성 질염 관련 연구
안내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내용입니다. 질염과 유사한 증상은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개인의 증상과 진단 및 치료 방향은 의료진의 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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